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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자각몽 (6)
  • 익명
  • 2026.05.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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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기 싫었지만, 난 부모님의 권유로 캐나다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마음만 같아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도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게 욕심이란 건 어렸을 적 나도 알고 있었다.


내 옆에 걔가 없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내가 없는 사이 그 자리에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날 미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만 바라봤다. 그 애의 SNS, 프로필 사진, 같이 나눴던 대화와 메세지들을 계속 읽고 있었다.


그랬는데, 넌 날 잊고 살아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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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얼마나 뛰었는지 딱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너가 얼마나 슬펐을지 딱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눈이 부어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내가 널 잊지 못하는 것처럼, 너도 날 잊지 못한다는 걸 알아버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 그 애의 눈을 봤다. 동시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영원히 이 아이의 옆에 있고 싶었다. 헤어지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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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내 몸이 움직였고 그 애를 있는 힘껏 꽉 껴안았다.


흐르는 눈물을 대충 닦아내고 그 애를 바라보고 말했다.


"울지 마. 나 무조건 돌아올게. 응? 다시 만나면, 그 땐 꼭 결혼하자."


약속 꼭 지키라며 울음을 참는 그 아이의 모습에,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마구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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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그 애와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그 애가 찍자고 했던가. 서로 애써 웃었고, 그와 함께 드는 생각들이 서로 같다는 생각에 우리는 마주 본 상태로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계속 웃었다.


이젠 정말 가야 할 때가 왔다. 그렇게 난 그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행동으로 옮겼다. 사뿐사뿐 그 애에게 걸어간 다음,


"움-"


그 애의 볼에 내 입을 맞췄다. 언제 어디서든 너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진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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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와서는 정말 단 하루도 잠에 편하게 들지 못했다. 계속 그 장면이 생각나서.


난 최대한 잊어보려고 염색도 하고, 화장도 해보면서 내 하루를 살아갔지만, 이 모든 행동의 이유는 결국엔 그 애였다.


그 날도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고, 밖이 새까매진 뒤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날 난 잠에 들어선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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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에서 나는 공항에 있었다. 그 애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공항.


주변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이유 모를 공허함에 난 그 곳을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너를 마주쳤고, 내가 꿈 속이라는 걸 인지했다.


그 때부터였다. 배경은 내 상상에 맞춰 계속 변했고, 널 보고 뛰는 심장에 맞춰 넌 나한테 다가왔다.


그리고는, 넌 눈을 감고 내 입술에 너의 입술을 포개었다.


난 널 밀어내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것을 느끼며 난 너의 몸에 팔을 둘렀다.


심장이 격하게 뛰고, 몸에선 땀이 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가 너의 볼에 입을 맞췄을 때의 감정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고, 너와 눈이 마주쳤을 때 잠에서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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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매일매일 그 애가 나오는 꿈을 꿨고, 꿈 속은 내 마음대로 흘러갔다.


그 애가 내 눈 앞에 있을 때마다 난 입을 맞췄고, 그 때마다 내 감정은 한껏 요동쳤다.


그런 밤과 그런 꿈이 몇 년동안 지속되면서 꿈 속에서의 만족감과 깨어났을 때의 비참함이 끝없이 커져갈 때쯤에 너무나도 듣고 싶던 말을 듣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는 부모님의 말. 전화가 끊기고 난 곧바로 미용실로 달려가 머리를 그 때의 오묘한 갈색으로 다시 염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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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온통 그 아이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부모님의 차에 탄 뒤로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만 시선은 항상 차창 밖을 향해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살던 옛날 동네, 그 동네의 고등학교 앞에서 풍경 사진을 찍던 그 애를 마주쳤다.


급하게 고개를 차 안 쪽으로 돌렸다. 심장이 격하게 뛴다. 꿈에서만 느끼던 그 감정. 얼굴이 뜨거워진다.


한국에 온 뒤로도 꿈에는 그 애가 나왔다. 하지만 그 애는 더 이상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야만 키스를 해줬고, 내가 안겨야만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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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보려고 그 애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정말 행복하고 신기했던 건, 내 꿈에 나오는 그 애의 모습과 현실의 그 애가 완벽히 똑같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 애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난 굳게 다짐을 했다.


'너에게 있어 나라는 사람이 신경 쓰이도록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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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었을까, 이상한 점이 생겼다.


그 애가 나만 보면 고개를 돌린 다음 최선을 다해 날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


난 그 때 알았다. 너도 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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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렇게 된 거야. 이제 기억나?"


숨이 멎는 듯했다. 그녀의 씁쓸한 웃음이 내 마음을 난도질했다.


난 너무 바보같았다. 이런 줄도 모르고 이상한 꿈을 꾸고 있었다.


김다현을 꼭 끌어안았다. 너가 내게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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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좋아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너가 내 옆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잠에 든 뒤에 꾸는 꿈도, 깨어있을 때 꾸는 꿈도 모두 너 꿈이었어. 사랑한단 뜻이야."


그렇게 말하는 나를 바라보던 김다현은 내게 키스를 한 뒤 아무 말도 없이 날 현실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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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나는 다현이의 사진만 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잠에서 깨운 건 대체 뭘까.


나는 항상 우리 반에서 첫 번째로 등교한다. 그렇게 반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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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와있을 줄 알았어."


다현이는 그렇게 말한 뒤 내 어깨를 잡고 키스했다. 언제 어디서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진하게.


"대답 안 해줘서 답답했지?"


"나도 사랑해."




["자각몽" - The end]


 




  • 이제 3편 읽는중인데 개빨리 올라오네 좋다

    05.17 16:35
  • 텔지 언제부숨

    05.17 16:46
  • 언젠간 부수지않앗을까요

    05.17 17:17
  • 디시콘

    05.17 16:47
  • 캐나다에서 남주 잊을려고 쓰엑스도 막하고 마리화나도 하고 그런거 아니지? 그냥 염색만 한거지?

    05.17 16:47
  • 야!!!!!!!!!!!!

    05.17 17:18
  • 잘 썼다

    05.17 16:49
  • 디시콘

    05.17 16:50
  • 순애엔딩 ㅆㅅㅌㅊ

    05.17 17:17
  • 디시콘

    05.17 19:04
  • 디시콘

    05.17 21:00
  • 남주는 왜 기억을 잊은거야?

    05.18 01:46
  •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기억을 스스로 지웠다고 해야하나?

    05.18 01:48
  • 맞음
    처음 써보는 작품이기도 하고 최대한 생각한 틀 안에서 이거저거 추가되다 보니 부실한 부분이 많아졋어..

    05.18 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