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새끼야 내가 한 발로도 바른다 ㅋㅋ."
"지랄을 해요, 야 지금 떠 그냥. 안되겠다 이 새끼."
6교시가 끝난 뒤 체육관에서 빠져나오는 남학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교실로 걸어간다. 당연히 나도 그 중 하나다.
"야 ㅅㅂ 개더워;; 야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 아이스크림 사기."
"나 돈 다 씀 안돼 안돼"
"그러면... 가위바위보 진 사람 교장쌤 똥 쌀 때까지 존버하다가 좌변기 칸에 물 뿌리고 튀기."
"ㅋㅋ 지랄하지마"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들과 집에 가는 길, 매일 하던 대화를 하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우리 학교에 대해 설명하자면, 일단 너무 꽉 막혀있다. 지금같은 시대에 남녀 분반이 말이 되는가?
심지어 학교에 돈이 없어서 뭘 못한다더니, 남자관과 여자관을 따로따로 지어놨다. 친해져도 그 안에서 서로만 친해지는 터라, 어느 관이던 다른 성별을 보기 힘들었다.
혈기왕성한 남학생들이 유일하게 여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은 급식실과 매점, 강당이었다. 이 학교에서 남녀가 같이 사용하는 몇 안되는 공간이다.
"아 ㅅㅂ 나 강당에 신발주머니 두고 왔는데"
그 말과 동시에 탄식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야 이 ㅂㅅ아, 야. 걍 얘 버리고 째자 ㅅㅂ"
"야 오히려 개꿀이지 ㅂㅅ들아. 지금쯤이면 강당에 여배 선배들 있을 걸."
"여배가 뭔데. 아, 여자 배구부?"
그 말과 동시에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당연히 발걸음을 다시 학교로 옮겼다.
우리는 강당에 도착했고, 그 곳의 모습은 천국과도 같았다.
마치 선수를 스카웃하러 온 어떤 프로팀의 감독처럼, 아주 진지하고 고급진 대화를 하는 걸 들었다.
"저 선배 ㅈㄴ 예쁘지 않냐. 아 ㅅㅂ... 교장새끼 왜 학교를 분반으로 쳐 만들어놔.."
"운동하는 여자 개멋있음 ㄹㅇ 약간 내 이상형임."
"야 너는 ㅅㅂ아 신발주머니를 두고 왔으면 챙겨올 생각을 해야지 옆에 정신머리도 두고 왔나."
"아니 저 선배들 좀 무서워.. 말 걸면 공 나한테 던질 것 같음."
"진짜 ㅂㅅ.. 선배!!"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선배를 부르는 친구의 모습에 우리는 모두 그 친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마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거다.
존나 고마운 새끼.
강당에 있던 선배들이 모두 우리 쪽을 쳐다봤고, 그 중에 한 선배가 우리한테 다가왔다.
그걸 바라보는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명품 옷 광고의 CF처럼 느껴졌다.
순한 인상이지만 성격은 한없이 차가울 것 같았고, 그런 이미지와는 별개로 강당의 선배들 중 키가 제일 작은 것 같았다.
그 선배 뒤를 몰래 따라오는 두 선배도 있었다. 셋 중 한 선배가 나머지 선배들보다 키가 커서 뭔가 경호원과 부잣집 딸들처럼 보였다.
"너 왜 왔어? 얘네는 누구?"
그 선배를 부른 친구가 상황을 설명해주니, 키가 제일 작은 선배가 인상을 쓰고 한숨을 푹 쉬었다.
"빨리 가지고 나가. 그리고, 신발주머니 놓고 온 한 사람만 오면 되지 왜 다 같이 와?"
어딘가 언짢은 듯 우리에게 핀잔을 주고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친구는 신발주머니를 가지러 들어갔고, 그 선배를 몰래 따라온 두 선배는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키가 큰 선배가 선배를 부른 친구 어깨에 팔을 두르고 헤드락을 걸었다.
"ㅋㅋㅋ 오랜만이다? 왜 누나 보러 안 왔어. 엉?"
"아 누나 ㅈㄴ 아픈데요? 놔주시면 안... 아악!!!"
...존나 부러운 새끼.
한 선배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혼자 웃었다.
"그니까~ 입학하면 누나들한테 인사하러 오라고 했지? 근데 왜 안 와~"
ㅅㅂ 심지어 아는 사이야?... 진짜 존나 부러운 새끼.
강당에서 신발주머니를 챙기러 간 친구가 나왔고, 두 선배는 키 작은 선배에게 들켜 다시 강당으로 들어갔다.
교문을 나서며 우리의 대화 주제는 강당의 배구부 선배들로 고정된 듯 했다.
"오랜만에 힐링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ㅋㅋ 그래 아우야."
"원래 아는 사이였어?"
"ㅇㅇ, 엄마들끼리 친해서 어쩌다 보니 알게 됐는데 저 누나들이랑 ㅅㅂ 초중고 다 같은 학교 나옴. 개레전드 아니냐."
"비틱 ㅈ까고, 너한테 헤드락 건 선배 이름 좀 알려주라."
"ㅋㅋㅋ 이 새끼 바로 조사 들어가는 거 봐라."
"이 ㅅㅂ 여미새 새끼들. 그 눈 큰 사람이 유하람, 나한테 헤드락 건 게 노유나, 그 옆에서 혼자 쪼개던 게 김주은. 뭐 ㅅㅂ 알아서 뭐하게, 꼬시게?"
유하람 선배. 이름도 예쁘다.
서로 연애하지 말라고 아무리 애를 써도, 할 사람들은 알아서 다 하더라.
그러니까,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나 하람 선배 소개 좀 시켜주면 안되냐?"
"ㅋㅋ 진심? 그 누나 ㅈㄴ 빡센데... 물어보기는 할게."
"야 뭐야 ㅅㅂ 그럼 나도 유나 선배 소개시켜줘!!"
"줄 서라 아우야 ㅋㅋ 여기서 너만 급하냐?"
"ㅈㄴ 너무하네... 근데 진짜 소개받게?"
"당연하지. 해주겠다는데 누가 안 받음?"
"제에발 빠꾸먹어라 ㅂㅅ새끼.."
"어 ㅈ까 ㅋㅋ 야, 내기해 ㅅㅂ. 지금부터 3주 뒤에 고백할 건데, 까이면 니네 소원 들어줌. 만약에 고백 성공하면 너네 한 명씩 내 소원 들어주기. 콜?"
"해 ㅅㅂ 이 새끼 왜케 가오가 넘쳐 이거."
"난 많은 거 안 바라고, 강남에 빌딩 한 채만 사줘라."
이 새끼들이랑 있으면 항상 이게 문제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말도 안 되는 약속을 자꾸 하게 된다.
[고백 D-21]
문학 탭으러 바꿔주라
05.17 22:56이걸 왜 빼먹었지 알려줘서 고마워!!!
05.17 22:57전개 기대된당
05.17 23:09
05.17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