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다음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뒤 핸드폰을 열었다.
인스타를 켠 다음 몇 초 뒤 끄고 인스타를 다시 키는 걸 반복하다 친구의 메모를 보았다.
'강남에 빌딩 D-21'
"...아 ㅅㅂ 까먹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은 다음 머리를 쥐어뜯었다.
'괜히 소개해달라 했나..."
그 때 내 머릿속에 하람 선배의 얼굴이 스쳐갔다. 괜히는 무슨 괜히. 그냥 해보고 까이면 마는 거지.
친구에게 DM을 보냈다.
"하람 선배한테 물어봄?"
"ㄴㄴ 지금 할라고 까먹고 있었다 ㅆㄹ"
이미 저질러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 들었고, 내일 아침이 되었다.
졸음에 취해 비틀거리며 교실로 들어왔고, 오늘도 어림없이 ㅂㅅ 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ㅋㅋ 니 ㄱㅊ? 막 떨리고 그러지 않음?"
"? 왜 오늘 수행 있음?"
"수행도 있긴 한데, 하람 선배가 너 보러 온대. 그 때 그 선배들 데리고."
"아;; 사람 존나 몰려서 또 화장실 못 가겠네, 썅."
잠이 확 깼다. 보러 온다고? 언제? 아니 애초에 내가 마음에 든 거야?
등에서 땀이 한 방울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뒷문을 쳐다봤다.
그러다 하람 선배랑 눈이 마주쳤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 빨리 내 앞에 오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난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은 다음 친구의 뒤통수를 잡고 흔들었다. 같이 가달라는 뜻이었다.
그 둘은 피식 웃더니 나를 끌고 하람 선배 앞에 데려다 놨다. 복도 밖에는 남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 했다. 소개받기로 한 상대 앞에서 쫄아있는 내 모습이 참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나를 골똘히 보더니 풉 하고 웃었다.
"왜 이렇게 쫄아, 소개받기로 했으면 당당하게 있어~"
"지금은 잠깐 얼굴만 보러 왔고, 나중에 따로 보던지 하자. 아니면 얘네랑 같이 봐도 되고."
뒤에 서 있던 두 선배들은 그 말을 듣더니 하람 선배에게 괜히 따라왔다는둥 불만들을 표출하셨다.
하람 선배는 내게 손 인사를 건넨 다음, 남학생들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
복도에 있던 학생들도 모두 사라지고, 나도 좀 진정된 다음 정말 궁금하던 걸 물어봤다.
"근데 저 선배가 소개를 받겠다고 하신거야? 내가 어디가 좋다고?"
"몰라 시발 맘에 드는 게 있었겠지. 아 존나 부러워 이 새끼 진짜..."
선배들과 친하던 친구가 내게 어젯밤에 하람 선배와 나눈 DM을 보여줬다.
...
"누나 오늘 제 뒤에 있던 애가 누나 소개시켜 달래요"
"둘 중에 ㄴㄱ"
"키큰애요"
"ㄱㄱ"
"ㄹㅇ?"
"걔 좀 훈훈하던데"
"사진 필요함?"
"사진 필요하면 이거써"
...
그 DM을 보고 난 너무 행복해서 몸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내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멱살을 잡았지만 단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막 나왔다.
한 편 별 생각 없는 듯한 하람의 옆에서 유나와 주은이 계속 떠들고 있었다.
"얘 진짜 어제까지 나한테 연애 생각 없다더니 후배 꼬시고 있네 아 연애정병 온다 진짜."
"뭐래 ㅋㅋ"
"진짜 ㅋㅋ, 고백하면 받아주냐?"
"..몰라. 그냥 좀 귀엽던데."
[고백 D-20]
핡핡 - dc App
05.18 23:05선배가 쓰라고 한거에요? 하읏 - dc App
05.18 23:07에필로그ㅋㅋ
05.18 23:11